당신을 위하는 누군가가 있음을 잊지 말아주세요

글쓴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성아 부연구위원

저는 이제 청년은 아닙니다. 어느새 40대가 되었죠. 지금 고립되어 있거나 은둔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어요. 다양한 연구원이 있겠지만, 제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는지, 있다면 정책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제대로 있는지, 없다면 어떻게 새로 만들어야 할지 등을 고민하는 일을 합니다. 청년도 아니고, 고립되거나 은둔하고 있는 것도 아닌 사람이 여기에서 무슨 말을 하려나 궁금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당신‘들’을 만난 건 2021년 하반기였습니다. 있어 왔고, 간간히 당신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주었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던 때, 혹시 정책으로 도울 게 있지 않을까,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과 함께 한 연구 결과는 「취약계층 청년 범위와 지원에 관한 연구: 사회적 고립(은둔) 청년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죠.

✅ 2022년에는 그래서 당신들을 정책으로 돕는다면 어떻게 무엇을 도와야 하는지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함께 연구하여 「고립‧은둔 청년 지원 사업 모형 개발 연구」로 발간되었어요.

✅ 그리고 지난 2023년에는 처음으로 전국에 있는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청년의 고립‧은둔 실태조사”를 보건복지부와 함께 했습니다. 실태조사 결과를 가지고 드디어 당신들을 공식적으로 돕기 위한 정부 사업 계획도 발표했네요.

물론 완벽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앞으로의 여정의 첫 걸음마로서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이 과정에서 당신들의 경험을 고립 혹은 은둔이라고 표현하고, 고립‧은둔 청년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했죠. 현 상황을 벗어나고 싶지만 혼자는 힘들다면, 돕기 위해서요. 결코 당신들을 이상하다거나 잘못되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간혹 고립이나 은둔이라는 표현을 만났을 때 비로소 '내가 고립되어 있구나'라고 알아차릴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혹자는 일본의 히키코모리와 비교하기도 하고, 은둔형 외톨이라는 이름을 쓰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름이 중요하진 않겠지만, 당신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고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런 이름에 덧씌워져 있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당신들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믿어요. 원한다면, 원할 때, 삶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도울게요.

한 대학 동기를 종종 떠올립니다. 조용하고 다정한 친구였는데 가끔 학교에 나오지 않곤 했어요. 뭐 했냐고 물어보면 잠을 자거나 컴퓨터 게임을 했다 하는데, 그땐 그 친구가 왜 그러는지 몰랐죠. 그저 한동안 연락이 끊기면 동기들이 데리러 갔고, 나오면 인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신들을 만나고 20년 전 그 동기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 친구가 당신들과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당시 그 친구를 제대로 돕지 못해 미안했던 마음이 한 켠에 남아 있어요.

지금의 저는 가끔 속상할 때, 누구에게 전화를 하고 기대는지 돌아보곤 합니다. 친구가 있고 선배가 있고 가족이 있어요. 가끔 다투거나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든든한 지지체계가 되어 줍니다. 당신들께도 그런 사람들이 있기를 바랍니다.👬 여기 <당신의 안녕>에서 인사를 전하는 분들도, 몇 몇 지원 기관들도 당신들이 필요로 할 때 기꺼이 지지체계가 되려는 마음을 나누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결코 빠르지 않지만, 정책으로도 도움이 되고자 하고요. 사실 당신들을 지원하는 걸 공식화하면서 당위성을 더할 수는 있지만, 상당히 제한적이예요. 전국 곳곳에 가닿지도 못할 거고, 24시간 상시 대기도 어려울 거예요. 필요한 도움을 모두 드리지 못할 수도 있죠. 하지만 할 수 있는 한 노력은 다할테니, 시간을 들여 같이 기다려봐주어도 좋겠습니다.

사회에 불평등한 현상들이 쌓이고, 이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이

사회 전반에 누적되면 누구에게도 안전하고 좋은 사회란 있을 수 없다.

이달의 추천 도서는 강지나 작가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입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모습을 계속 보다 보면 우리나라의 빈곤과 가난은 이미 다른 세상 이야기가 되어버린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작가는 빈곤의 대물림으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사회적·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성인이 되어 사회에 자리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8명을 수년에 걸쳐 인터뷰했습니다. 지독한 가난이 만들어낸 인생의 질곡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취직을 하고, 저축을 하며 차곡차곡 자기 인생의 지지기반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은 삶의 경이로움마저 자아냅니다. 은유 작가의 추천사처럼 이들의 목소리가 가난 서사의 게으른 접근인 ‘대견함’과 ‘불쌍함’ 너머를 비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본인의 경제수준을 下층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75.7%, 가족전체를 下층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54.3%에 달한다고 합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한 사람을 물리적·정서적으로 고립되게 만드는데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비단 통계에서뿐만 아니라 직관적으로도, 이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당사자성을 갖고 크게 공감하며 읽어 내려갈 수도 있고, 누군가는 어느 정도 사회적 자원을 갖게 된 어른으로서 역할을 고민하다 책장이 다소 무겁게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빈곤의 대물림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가 고립에서 벗어나 다시 힘을 낼 용기를 가질 수 있는 사회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의 숫자는 많지만, 여기에 가난이라는 환경이 더해지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상태로 궤도 밖을 떠도는 행성이 된다. ‘불성실’했고 ‘방종’했다고 청소년 개인에게만 손가락질을 하기에 우리 사회는 충분히 그들을 포용할 만한 제도와 환경을 마련했는지 묻고 싶다.

온천에서 느끼는 여유

어릴 적, 어른들께서 "뜨거운 온천 물에 몸을 담그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던 기억이 나요. 그 때는 '뜨거운 물'과 '개운함'의 상관관계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요즘은 '피로를 풀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싶을 때 온천만한 것이 없다' 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만큼 저도 어른이 되었나봐요.😅

저는 추운 겨울에 온천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속초에 위치한 <척산온천휴양촌>은 즐겨찾는 곳 중 하나에요. 1980년대에 설립된 긴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으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숙박시설을 겸비해 가족단위로 즐기기에 딱이죠. 자그마한 야외 노천탕에서 속초의 맑은 공기를 느끼며 따스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고 설악산의 절경을 함께 감상하면 피로가 싹 날아가는 기분이죠. 온천 주변의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4계절의 정취도 물씬 느낄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봄에 피는 벚꽃들이 참 아름다워 마음이 힐링이 필요할 때 방문하면 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해의 출발을 여유롭게, 산뜻하게 하고 싶다면 온천 여행, 추천드립니다!

# 집순이들을 위한 달력

‘집순이/집돌이’를 뜻하는 영어 단어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Homebody는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영단어인데요. 한 문구 브랜드를 통해 Homebody라는 표현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비록 간헐적 집(또는 침대)순이지만 Homebody라는 단어는 왠지 끝내주는 휴일을 보내는 사람 같지 않나요? 1년이 한 눈에 들어오는 연력에 정작 Homebody는 아주 작게 적혀있지만 달력을 볼 때마다 충분한 휴식을 다짐하게 되더라고요.

# 빨간날 달력

저는 작년 한 해 취준생이라는 가면을 쓴 백수로 지냈는데요. 일을 하는 사람들이 황금연휴에 환호할 때 어쩐지 사탕을 뺏긴 기분으로 나는 매일매일이 빨간날인데, 어딜가나 사람이 많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시 일을 시작한 제게 2024년의 빨간날만 모아둔 달력은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를 차치하고서라도 어쩐지 피식 웃음이 새는 달력이네요.

# 오늘 하루도 찢었다, 일력

여러분은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는 의미 없는 낙서가 가득한 종이를 거칠게 찢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 때가 있습니다(종이 찢는 소리가 꽤 효과가 좋답니다). 레트로 유행 덕분인지 언젠가부터 일력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하루의 한 장을 찢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의 할 일을 해낸 기분이 들기에, 꽤 괜찮은 습관 아닐까요?

# 오늘부터 300일

선물 받았던 책을 새해맞이 대청소를 통해 발견했습니다. 달력은 아니지만 일상을 보내는 300개의 질문이 적힌 책에 매일 하나씩 질문에 답하며 날짜를 쓰고 있는데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과 함께 ‘럭키세븐! 오늘은 당신을 위한 선물을 사세요.’ 라는 다음 날의 지령을 보면 내일이 기다려지기도 해요. 비슷한 형식의 책이 많으니 일기 소재에 지친 분들이라면 새해를 맞아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새해에는 모두 내일이 기다려지는 일들만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