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이에게

글쓴이 제주자립지원전담기관 이설희

  무얼하자고 할 때면  늘 ‘싫어요, 귀찮아요, 힘들어요, 안 하고 싶어요’를 남발하던 수현(가명)이.

힘든 학창시절을 보내며 마음의 상처가 컸을 텐데도 당시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꺼내놓던 스무 살의 아이.

 고등학교는 버스비가 없어 자전거로 통학했다던 아이. 왕따를 당했던 일로 인해 사람들 만나는 게 두렵고 불편한 아이.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피폐해진 몸과 마음.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면서도 슬프게 보였던 수현의 소리 없는 웃음.

그래도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니까 지금은 괜찮다고 말하는 꼬맹이, 수현이를 볼 때마다 여전히 내 안에서 슬픈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듯하다.

단체생활도 힘들고 누군가를 만나는 게 힘들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이 그리운 아이.

최근까지도 프로그램 참여를 권하며 연락할 때마다 “싫어요, 귀찮아요, 힘들어요, 안 하고 싶어요.”를 남발하던 아이가 이제는 “수현아”하고 이름만 불러도 “넵” 하며 반갑게 대답해 준다.

볼링 프로그램, 자립 워크숍 등 뭐만 하자고 하면 무조건 싫다고 대답은 하면서도 항상 잘 참여하여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내 예쁜 꼬맹이. 버스 탈 줄도 모르고 버스 검색하는 방법도 어려워 집 밖으로 나오기가 더 힘들 텐데도 불구하고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애틋하다.

올해 2월 가정방문 당일, 전화번호 교환 당시만 해도 수줍어서 말도 잘하지 못하던 수현이가 이제는 나를 놀리는 게 재미있다며 까분다. 심심하다고 카톡을 보내며 투정도 부린다.

수현아!

선생님이 수현이의 좋은 친구가 되어 줄게.

실없는 농담도 얼마든지 괜찮고 시간도 상관없으니 언제든지, 얼마든지 편하게 연락하렴. 언제나 수현이 편을 들어줄 수 있는 멋지고 든든한 존재가 되어 줄게!

뇌과학자가 말하는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법’

 요새 님의 마음은 어떤가요? 저는 큰 이슈는 없지만 집에서, 학교에서, 사무실에서 매일매일 고민할 거리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내가 그때 그 말을 왜 했지, 왜 나는 또 계획을 지키지 못했을까, 저 사람은 나에게 왜 이럴까. 그렇지만 잠깐의 흔들림을 뒤로 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 그간 수많은 질곡의 순간들을 지나오면서 저만의 단단함이 조금은 생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척추동물🦌과 달리 껍질이 단단한 갑각류🐚들은 어떻게 성장할까요? 기존의 껍질에서 나오는 탈피 과정을 거치고 난 후, 더 큰 껍질을 만들어 쓴다고 합니다. 갑각류가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딱딱한 외피에서 나와 가장 취약한 상태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죠🌱 우리는 막연하게 인생의 성장곡선이 예쁜 우상향 모양을 띌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누구에게든 잡아먹힐 수 있는 가장 연약한 순간을 지나야 더 높은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갑각류를 통해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외로움과 함께 방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시기가 어쩌면 갑각류가 잠시 껍질에서 나와 있는 그 상태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동안 내가 쓰고 있던 껍질이 더 이상 나에게 맞지 않아 성장을 피할 수 없는 시점이 왔고 그래서 우리는 나만의 더 큰 껍질을 찾을 때까지 탈피한 상태에 있는 거라고 말이에요. 저는 매달 ‘당신의 안녕’을 물으며 탈피든 성장이든 그 모든 과정을 의연하게 거쳐 오고 있을 님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을게요😊

불안하고 괴로울 때마다 마음속에 간직해야 할 다섯 가지 원칙🤚

1. 미우나 고우나 내가 나를 데리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2. 나와 타인의 감정 모두 가져도 되는 감정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보다는 일단 일종의 현상으로 여긴다.
3. 나 자신과 친밀해지는 것이 타인과 친밀해지는 첫걸음이다.
4. 어떤 대상과 멀어지는 일은 버려지는 일도, 버리는 일도 결코 아니다.
5. 각자가 고유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있을수록 서로 더 잘 연결되고 친밀해질 수 있다.